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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맥 올리고 동맥 내리고
  • 강남연세흉부외과   |   5,929   |   2003.07.08 14:59



정맥 올리고 동맥 내리고


글 김재영/ 강남연세흉부외과 의원

잠자리에 들 때 꼭 발 밑에 베개를 받치고 눕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평소에도 종종 다리가 붓고 무거우며 아프다고 호소한다. 다리의 정맥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하지정맥류나 심부정맥고혈압 때문이다. 심장으로 돌아가야 할 혈액의 일부가 다리에 고인 탓이다. 다리를 심장보다 높이 들어주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면서 통증도 이내 가신다.

반면 다리를 올리면 오히려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정맥과 동맥이 다른 탓이다. 말초혈관에서 심장으로 향하는 정맥혈과 달리 산소와 영양분을 갖고 심장을 출발한 동맥혈은 말초혈관 끝까지 도달해야 한다. 큰 동맥이 막히면 가느다란 말초동맥도 빈혈상태가 되고, 이는 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려 결국 통증으로 이어진다. 이럴 때는 심장 쪽 동맥피가 사지 끝까지 잘 돌 수 있도록 가급적 편안히 눕거나 다리를 심장보다 낮게 해주어야 한다.

이처럼 동맥혈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를 하지동맥경화라고 한다. 흔히 동맥경화증하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뇌졸중 등만을 걱정하지만 다리의 동맥경화도 무척 위험하다.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피부에 궤양이 발생, 다리를 절단해야 할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문제는 하지정맥류와 하지동맥경화의 증상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평소 다리가 저리고 아프며, 차갑거나 뜨겁게 느껴진다. 심하면 궤양이 생기는 것 역시 같다. 그러나 병이 깊어질수록 조금씩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 정맥에 문제가 있는 경우, 구불구불한 혈관이 피부 위로 도드라지거나 거미줄처럼 얽힌 혈관이 피부 위로 멍처럼 비친다. 때로는 양쪽 다리의 굵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정맥류가 있는 쪽 다리가 더 굵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맥경화인 경우에는 피부가 차가워지면서 푸르게 변하거나 털이 빠지고 다리가 가늘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운동을 할 때 증상의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하지정맥류인 경우 가만히 서 있는 것보다는 약간의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근육을 움직일수록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도한 달리기나 등산 같은 운동은 정맥류를 악화시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반면 하지동맥경화라면 완치될 때까지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을 하면 산소호흡량이 많아지는데, 군데군데 막힌 혈관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극심한 통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정맥류나 하지동맥경화의 치료 방법은 정반대. 초기 정맥류는 혈관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약물을 부풀어오른 혈관에 직접 주사해 문제의 부분을 막아 버린다. 하지동맥경화도 약물로 응고된 핏덩어리를 녹이거나 혈관을 넓혀 주는데, 다리를 절뚝거리는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그러나 병이 깊어지면 수술이 불가피하다. 하지정맥류는 머리카락보다 가는 레이저광섬유를 이용해 흉터없이 치료할 수 있다. 동맥경화 치료는 조금 더 복잡하다. 풍선이나 그물망을 삽입해 좁아진 혈관을 인위적으로 넓히거나, 인조혈관 또는 자가혈관을 이용해 막힌 혈관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 준다.

두 가지 병 모두 나이가 들수록 증상은 악화된다. 다리가 아프면 관절염이나 신경통으로 치부한 채 파스 한 장으로 견디는 것이 우리네 정서다.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체력저하나 운동 탓으로 돌린다. 이런 무관심 때문에 병이 깊어진 후에야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


이코노미21 156호 2003. 7. 8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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