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 두 다리에 그 공로를 돌려야 할 것이다. 두 손이 무엇이든 자유롭게 짓고 부술 수 있는 것은 다리가 묵묵히 체중을 지탱하고 균형을 잡아준 덕택이니까.
적게는 네 개에서 많게는 수십 개까지 여러 개의 발을 갖고 있는 다른 동물과 달리 두발로만 서서 걷는 인간에게는 척추질환이나 치질, 하지정맥류와 같은 직립보행에 따른 질병이 뒤따른다. 특히 하지정맥류는 '제2의 심장'이라 일컬어지는 종아리에 병이 나는 것으로 치료를 않고 방치할 경우 심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사람은 태어나 죽기까지 25만㎞ 이상을 걷는다. 지구를 무려 4바퀴 반이나 돌아야 하는 거리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특수한 구조를 갖고 있는 튼튼한 두 다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인간의 다리는 균형을 잡고 체중을 감당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 뼈와 근육이 아치(arch)형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형태만으로는 부족하다. 튼튼하고 건강한 다리를 위해서는 맑은 산소와 영양소는 나눠주고 노폐물은 거둬들이는 혈액순환이 원활해야 한다. 그런데 다리 혈액순환에 필연적인 장애물이 있다. 다름 아닌 중력이다.
심장이라는 강력한 펌프에서 뿜어주는 압력에 힘입어 동맥을 타고 발가락 끝까지 내려갔던 혈액은 노폐물을 받아 안고 다시 심장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 폐를 거쳐 깨끗해진 혈액을 다시 내려보낼 수 있다. 그러나 발끝에서 다시 심장까지 올라오려면 지구중심에서 끌어당기는 힘, 즉 중력을 이겨야 한다.
네발 짐승과는 달리 직립 보행을 하는 인간의 경우 발끝과 심장과의 거리가 더 멀어 불리하다. 실제로 중력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발과 종아리 부근에서는 정맥혈압이 평균(15-20㎜)의 최고 10배까지 높아진다.
그래서 인간의 다리에는 또 하나의 심장이 달려있다. 바로 종아리 근육이다. 종아리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혈액을 심장으로 원활히 보내준다. 게다가 혈액의 역류를 방지하기 위한 판막이 한쪽 다리에만 60여개 가량 존재해 혈액이 심장 쪽으로만 흐르도록 돕는다. 그래서 종아리 근육을 근육펌프 또는 제2의 심장이라고 한다.
종종 두 번째 심장에 병이 나는 경우가 있다. 하지정맥류라는 질병이 바로 그것이다. 오랫동안 서 있거나 다리를 꼬고 앉는 등 나쁜 자세나 임신, 선천적인 요소 탓에 종아리 근육이 약해지면서 혈관의 탄력 마저 떨어지고 판막까지 망가진다. 이렇게 되면 혈액의 흐름이 심장 쪽이 아닌 발끝을 향하게 된다. 한번 흐름이 바뀌면 댐이 무너져 홍수가 나듯 발 쪽으로 혈액이 역류하게 된다.